저질 체력인 우리 부부가 왜 한라산을 가자 했는지... 아마도 속전속결로 제주도 여행을 결정한 탓이지 않을까 합니다. 힘들고 피곤하고 너무 춥고 다리 아팠던 그런데 또 너무 멋지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한라산 등반기. 한번 가볼까요?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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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탐방은 필히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예약을 하면 카톡으로 예약번호와 입장 QR코드를 받게 되고 입장 시에 QR코드를 보여주면 됩니다. 참, 신분증을 확인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우리 부부 싸울뻔했는데 다행히도 안내해 주시는 분이 핸드폰으로 본인 확인을 해주셔서 손잡고 들어갔네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장하자마자 어둠이 찾아옵니다. 아주 무서웠어요.
그리고, 주차장이 협소하다고 해서 새벽 6시쯤에 성판악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차량이 있었습니다. 한국사람 정말 부지런하죠~
백록담까지 올라가는 코드가 2개 있었습니다. 성판악탐방로와 관음사탐방로 저희처럼 초보자는 성판악탐방로가 적당하다고 해서 이쪽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쉽지는 않았답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다시 한번 준비물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스틱, 장갑, 모자, 넥워머, 손목보호대, 아이젠, 가벼운 다운조끼, 다운점퍼, 손수건, 휴지, 물티슈(이건 꼭 필요했습니다. 화장실에 물이 안 나와서 손을 씻을 수 없어요), 그리고 사탕, 몽쉘, 바나나, 컵라면, 커피, 종이컵, 뜨거운 물, 생수, 밀크티 이렇게 둘이 나눠서 메고 둘이 손 꼭 잡고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렌턴을 준비하지 못해서 핸드폰으로 앞을 밝히며 한걸음 한걸음. 기대반 무서움반 그리고 약간의 흥분이 가미된 기분으로 한라산 등반을 시작합니다.
이른 새벽이라 너무 춥고 정신없어서 아침 사진은 한 장도 없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네요.
7시 10분부터 해가 뜬다고 하던데 해가 정말 뜨는 건지.. 산중이라 잘 모르겠더라고요. 길이 좁아서 둘이 같이 가기에는 어렵고 한 줄로 서서 올라갔습니다. 물론 그 시간에 내려오는 사람은 없지만요. 참, 한 커플이 해 뜨고 얼마 안 돼서 내려가긴 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죠.
저희 부부는 묵묵히 더우면 옷 벗었다가 추우면 다시 옷 입었다가를 반복하며 속밭대피소까지 왔습니다. 그곳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후부터는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서 아이젠 없이는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이젠을 끼우고 있는 곳에서 저희도 한 곳에 들어가 웅크려 앉아 아이젠을 끼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젠을 끼워본지도 너무 오래돼서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네요. 부끄럽게도. 여차여차 양신발에 아이젠을 끼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사라오름입구가 있었습니다. 까마득한 계단이 있었지만 제가 또 오름만 보면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싫다고 하는 신랑 억지로 끌고 올라갔더랍니다.
분화구 있는 곳까지 전부 계단이라는 점이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엄청 길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분화구가 있다고 하니깐 살짝 기대가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저희는 오늘 백록담을 볼 수 없으니까요. 대신으로 사라오름 분화구를 볼 수 있다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요.
분화구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으로 좀 크게 보이네요~ 분화구 왼쪽으로 데크가 저 안쪽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불어도 안 가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정말 멋졌습니다. 초록초록한 여름에 왔어도 정말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눈꽃이 핀 나무를 보면서 걷는 것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긴 했어요. 아직도 생각하면 뼛속까지 추운 것 같아요.
사라오름 분화구를 구경하고 이제 진달래밭 대피소로 향합니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오름이 시작된 거죠. 사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오르는 길에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은 생각을 10번 이상 한 것 같아요.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 계단 많고 가파르고 곧 나올 것 같은 데 가도 가도 안 나오고 아... 진짜. 사라오름입구에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1.5km 밖에 안되는데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었죠. 영혼이 털린 느낌이랄까. 그런데 옆에서 오르고 있던 다른 분들도 다 힘들다고 하시는데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싶으니깐 그나마 힘이 생겼습니다.
한 발자국도 옮기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진달래밭이구나 싶은 생각에 감격했었죠. 그때가 되니깐 어찌나 배가 고프든지. 빨리 대피소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여기 올라오신 분들이 저랑 똑같이 생각하는 듯 모든 분들이 라면과 김밥 혹은 전투식량으로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희도 라면에 김밥을 엄청 허겁지겁 먹고 따뜻하게 믹스 커피까지 한잔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제부터 아름다운 설산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줘~
6시 30분부터 등반하기 시작해서 진달래 대피소에 11시쯤 도착해서 점심 먹고 사진 찍고 12시쯤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사라오름 입구까지 계속 눈이었고 이후부터는 해는 뜨지 않았지만 날씨가 조금 누그러져서 바닥의 눈이 많이 녹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젠을 벗기에는 미끄러워서 계속해서 아이젠을 끼고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길에 발목을 삐어서 정말 힘들었었죠.
다리는 아픈데 또 주변은 왜 이렇게 멋있는지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또 우리 사진만 열심히 찍어서 배경사진은 별로 없네요. 여하튼 같은 시간대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옆을 지나쳐 다들 내려가고 저희는 정말 꼴찌로 내려갔을 겁니다. 거의 3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돌이 그리고 바위가 왜 이렇게 많은지. 내려올 때 현무암이 그렇게 미웠습니다.
파크선샤인제주
PARK SUNSHINE JEJU | 파크선샤인제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hotelsunshine.co.kr)
PARK SUNSHINE JEJU | 파크선샤인제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Stylish Healing Hotel 파크선샤인제주 집 같이 편안한 또 하나의 공간. 여행의 가장 기본 바램인 잘 자고, 잘 먹고,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Stylish Healing Hotel” 파크선샤인제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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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주자창에 도착했더니 또 어찌나 배가 고프든지 다음 숙소로 빨리 이동해서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파크선샤인제주이라고 곳이 외돌개 근처에 있는 숙소입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좋아서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된 곳이죠.
작년 1월에 선샤인파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라산도 너무 이쁘고, 일출도 이쁘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블라썸(Blossom) 꽃이 피다 서귀포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선샤인파크 근처에 있는 블라썸 브런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이쁘게 포장된 선물 안에 들어온 느낌. 핑크핑크하고 아기자기한 귀여운 카페였어요. 예매한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아서 넓은 창 앞에 앉아서 여유롭게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희가 먹은 음식은 제주바구니와 치즈 오믈렛이었는데 제주바구니는 블라썸 인기 넘버 1 메뉴라네요~ 모르고 먹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맛있었어요~
특히 저 감자 고로케는 일품입니다. 두 개밖에 없어서 신랑이랑 나눠먹었는데 솔직히 좀 아쉬웠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옛말처럼 플레이팅도 한몫했죠. 이쁘고 맛있고 안락하고 완벽한 점심이었습니다.
블라썸꽃이 피다 서귀포점 - 네이버 지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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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썸꽃이피다 서귀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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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썸꽃이 피다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부어 여유롭게 반신욕을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꿀잠을 청하며 그렇게 엄청 긴 하루를 마루리했습니다.